기미(己未) 일주
«한여름 뙤약볕에 바싹 마른 밭에 염소 한 마리가 매여 있는 자리» «순한 얼굴 속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칼을 품은, 자기 힘으로 서는 사람» 기미 일주를 옛 그림으로 한마디로 그리면, 마른 논밭 위에 매어 놓은 염소예요.


«한여름 뙤약볕에 바싹 마른 밭에 염소 한 마리가 매여 있는 자리» «순한 얼굴 속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칼을 품은, 자기 힘으로 서는 사람» 기미 일주를 옛 그림으로 한마디로 그리면, 마른 논밭 위에 매어 놓은 염소예요.


기토가 미토를 깔고 앉았어요. 천간도 흙, 지지도 흙 — 위아래가 똑같은 오행입니다. 이렇게 일간과 일지가 같은 기운으로 겹쳐 있는 걸 «간여지동(干與支同)»이라고 해요. 미토는 기토에게 비견(比肩)이 됩니다. 지장간을 열면 안에 정화(丁火) 편인, 을목(乙木) 편관(칠살), 기토(己土) 비견이 들어 있어요. 십이운성으로는 관대(冠帶) 자리이고, 공망은 자(子)와 축(丑)이 됩니다.
간여지동 비견부터 볼게요. 위아래가 같은 흙으로 딱 뭉쳐 있으니 자존심 세고, 경쟁심 강하고, 추진력이 좋습니다. 한번 «이거다» 하면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요. 그런데 비견이 이렇게 강하면 육친에서 한 가지 결이 나옵니다. 부친과의 인연이 좀 엷어요. 아버지 덕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고, 일찍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왜 나쁘다고만 안 하냐면, 뒤집으면 «혼자 서는 힘»이 그만큼 세다는 뜻이거든요. 부모 도움 없이도 자기 힘으로 크는 자수성가(自手成家)형,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에요. «덕이 없다»고 서운해할 게 아니라 «나는 내 발로 서는 사람이구나»로 방향을 잡으면 됩니다.
여기 아주 중요한 «두 얼굴»이 있어요. 기토 본래 성정은 넉넉합니다. 음토라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논밭이잖아요. 팥 가져오면 팥 심어주고, 콩 가져오면 콩 심어주고 — 남이 뭘 갖고 와도 다 받아주는 포용력이 원래 기토예요. 그래서 «저 사람 참 성격 좋다» 소리를 잘 듣습니다. 겉으로는 오히려 좀 흐릿하고 순해 보여요.
그런데 미토가 문제예요. 미토는 한여름의 바싹 마른 흙이거든요. 촉촉해야 할 흙이 물기가 다 말라버린 겁니다. 그러니 평소엔 순한 흙인데, 속에 마른 열기가 쌓였다가 한 번씩 확 드러나요. 멀쩡하다가 갑자기 «뻥» 돌아버리는, 그런 양면성이 기미한테 있습니다. 이 마른 흙이 품은 서슬, 저는 이걸 «칼 기운»이라고 말씀드려요. 미토 속 정화가 한번 성질을 내면 큰 칼을 휘두르듯 파워가 나옵니다. 그래서 기미는 성질 급하고 폭발적일 수 있어요. 이걸 미리 알고 «내 안에 이런 칼이 있으니, 뽑을 때를 가려서 뽑아야겠다» 하면 됩니다.
십이운성 관대(冠帶)로 한 번 더 짚으면, 관대는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사춘기 청년»이에요. 힘이 넘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죠. 그래서 기미는 용맹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감이 있어요. 다만 관대는 «아직 덜 여문» 자리이기도 해서, 그 정의감이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쪽으로 갈 때가 있습니다. 지혜롭게 때를 고르는 «완숙함»만 한 스푼 더 얹으면, 이 사람은 정말 든든한 «바른 사람»이 돼요.
그리고 기미는 겉과 속이 좀 달라요. 겉으로는 순한데 속은 아주 단단하고 강합니다. 음토의 예민함이 있어서 호불호가 분명하고, 누가 자존심 상하는 말 한마디 하면 겉으론 툭 넘겨도 속으로 오래 담아둬요. 강한 사람인데 고독을 잘 느끼는, 그런 결도 함께 있습니다.
기토가 만들어내는 기운, 그러니까 손으로 뭘 만드는 식신이 미토와 «격각(隔角)» 관계예요. 한 칸 어긋나 있어서 힘을 잘 못 씁니다. 뭔가 만들어서 파는 생산 활동이 좀 약하다는 뜻이에요. 그럼 뭘로 먹고사느냐 — 아까 그 «칼»을 써야 합니다. 방향만 맞으면 아주 셉니다.
이 칼을 제일 잘 쓰는 자리가 메스 드는 직업 — 의료 쪽이에요. 그리고 남들이 못 따라오는 특수기술, 특허, 남다른 자격증 같은 걸 따내는 힘이 있어요. 머리가 억수로 좋아서가 아니라 «이 악물고 넘는» 의지의 힘으로 넘는 겁니다. «1년짜리, 2년짜리 자격 하나 도전해서 따보자» 하면 그 정도는 이 악물고 넘어내요. 그러니 «남 밑에서 시키는 일»보다 «나만의 기술·자격 하나»를 손에 쥐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또 하나, 기토도 미토도 물상으로 «입(口)»에 해당해요. 위아래로 입이 겹쳐 있으니 언변이 좋습니다. 그래서 입을 써서 사는 직업 — 방송, 강연, 교육이 아주 잘 맞아요. 게다가 기토는 곡식과 나무를 키워내는 옥토라 길러내고 가르치는 «교육» 인연이 유독 깊습니다. 교직에 서면 자기 일 무난하게 잘하는 분들이 많아요. 정리하면 입으로 가르치고 키우는 자리 + 칼 같은 특수기술 자리, 이 둘이 기미의 밥그릇입니다.
이제 좀 냉정하게 재관(財官)을 볼게요. 기토한테 재물은 수(水), 명예·직장은 목(木)이에요. 그런데 이 재성과 관성이 미토를 만나면 하나같이 힘이 빠집니다. 정관 갑목은 미토에서 «묘지(墓地)»라 힘이 꺼지고, 정재 임수도 겨우 «양지(養地)» 정도라 약해요. 재물 자리도, 명예 자리도 크게 왕성하진 않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업은 «내가 크게 만들어 판다»가 아니라, 기토의 재물은 «수(水)»로 쓰니까 물과 관련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결 수월해요. 그리고 크게 벌리기보다 자격·기술 하나를 밑천 삼아 «작지만 남이 못 따라오는» 자리를 잡는 게 정답입니다.
여기서 기미한테 참 다행인 게 하나 있어요. «암록(暗祿)»입니다. 미토가 오화(午火)를 몰래 끌어당기는데, 이 오화가 기토에게는 «녹(祿)», 밥그릇 자리예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속으로 든든한 밥줄 하나를 쥐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미는 재관이 좀 약해도 «먹고사는 문제»로 극단까지 몰리는 일은 잘 없어요. 층층이 펼쳐진 논밭처럼 기본 의식주는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배우자 자리를 조금 진하게 짚을게요. 기미는 일지에 비견을 깔고 있어서, 배우자 자리에 «내 편»이 아니라 «경쟁자»가 앉은 그림이에요. 그래서 옛글에선 «비겁일이라 서두른 결혼은 파도가 잦고, 늦게 만난 인연일수록 덕이 온다»고 봤습니다. 남성은 일찍 결혼하면 마음고생이 끼기 쉽고, 늦게 만나면 처덕이 있다 했고요. 여성은 세파를 좀 겪는 자리인데, 직업으로 돌리면 오히려 잘 풀리는 자리라 했어요. 옛글에선 서로 같은 «비겁일» 짝을 만나면 대체로 잘 산다고도 봤습니다.
이걸 왜 미리 말씀드리냐면, 겁주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아, 나는 늦게 만날수록 덕이 오는 자리구나» 하고 알고 있으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내 때»를 기다릴 수 있거든요. 몰라서 흔들리는 것과, 알고 «이건 내 리듬이지» 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성 기미 일주에게 하나 더 보태면, 남편별인 관성이 힘이 약한 자리라 «남편 덕에 편히 기대는» 그림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게 핵심입니다. 그 기운을 «집»으로만 끌어안지 말고 «자기 일·자기 기술»로 돌리면 훨씬 빛나는 게 기미예요. 남편 하나 바라보고 앉아 있기보다, 세상에 나가 자기 자리를 세울 때 오히려 부부 사이도 편안해집니다.
기미는 순한 얼굴 속에 단단한 신념과 칼을 품은 사람이에요. 그 힘을 어디에 두느냐가 전부입니다.
첫째, «칼»을 자격과 기술로 벼리세요. 만들어 파는 생산은 약해도, 이 악물고 자격 하나 따내는 힘은 남다릅니다. 의료·특수기술·전문 자격처럼 «남이 못 따라오는» 한 가지를 손에 쥐세요. 그게 기미의 평생 무기입니다.
둘째, 조급함을 내려놓으세요. 기미는 마른 흙이라 수(水) 기운이 늘 아쉬워요. 불·흙 기운이 겹쳐 물이 더 마르는 시기엔 좀 답답하게 흘러가기 쉽습니다. 그럴 땐 «지금은 칼을 갈아두는 때»로 여기고, 조직만 믿기보다 자기 기술을 다져 두세요. 물길이 트이는 때가 오면 그동안 갈아둔 칼이 빛을 냅니다.
셋째, 몸의 «물기»를 지키세요. 마른 흙이라 수 기운이 약한 편이라, 비뇨기·생식기 계통을 평소에 챙기면 좋아요. 물 자주 드시고, 무리하지 마시고요. «내 몸은 물이 마르기 쉬운 밭이구나» 알고 미리 촉촉하게 관리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정리하면, 기미 일주는 마른 밭에 매인 염소처럼 순한 얼굴 속에 단단한 신념과 칼을 품은 사람입니다. 만들어 파는 것보다 «나만의 기술·자격 하나»로 서는 사람이고, 입으로 가르치고 키우는 자리에서 빛나요. 부모 덕보다 «내 힘»으로 크는 자수성가형이고, 암록이 있어 밥줄은 든든하니 조급함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 «단단함»과 «칼»이 어디서 빛나는지 방향만 잡으면, 기미 일주는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자기 자리를 아주 굳세게 세우는 사람입니다.
여덟 글자 중 첫 자리, 이제 조금 더 선명해졌기를.
내 원국은 어떤 모습일까 — 직접 확인에서 시작됩니다.
여덟 글자 중 첫 자리, 이제 조금 더 선명해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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